[산업체특강] 토스에서 7년 살아남기

2026. 6. 12. 21:06·IT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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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플레이스 김명지 연사님의 강의를 듣고 작성한 글입니다.

1. 디자이너에서 임원까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사님은 원래 국민대 공업디자인 전공으로,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다. 그런데 대학교 2~3학년 무렵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화면 속 작은 인터랙션 하나로도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UI/UX로 진로를 틀게 됐다는 것이다. 이후 휴학을 하고 직접 앱 디자인 일을 시작했고, 외주와 삼성 디자인 멤버십을 병행하며 학비를 벌면서 연세대 HCI 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한다.

졸업 후 첫 직장은 넥슨 UX 리서처였는데, 3개월 만에 자신은 본인이 직접 쓰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일에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가장 많이 쓰던 카카오톡 회사로 경력 이동을 했고, 거기서 3년 정도 UX 리서처로 일했다. 다만 대기업 특성상 업무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또 답답함을 느꼈고, 마침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한 명이 끝까지 책임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무를 막 만들고 있던 토스로 옮기게 됐다. 합류 당시 토스 임직원이 1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0명이 넘는다고 하니 회사도 그만큼 빠르게 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토스에서는 메인 홈 화면, 소비 탭 디자인을 맡다가 어느 날 디자인 챕터 리드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본인 표현으로는 평생 반장 한 번 못 해본 사람인데, "확신이 든 다음에 시작한 일은 없었다"는 생각으로 그냥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 뒤 토스플레이스가 분사하면서 결국 디자인 임원 자리까지 가게 됐는데, 이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준비되길 기다리지 않고 일단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2. 7년간 깨달은 두 가지 일하는 원칙

첫 번째: 만들기 전에 고객부터 만나라

예전에 복권 당첨 번호 확인 + 위로금 지급 서비스를 기획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본인 입장에서는 꽤 자신 있는 아이디어였는데, 막상 출시하고 보니 지표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딱 일주일 만에 접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만들기 전에 고객을 한 번도 안 만나고 검증 없이 그냥 만든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 1위가 '시장에 수요가 없어서'이고 그 비율이 약 42%나 된다는 통계도 함께 소개했다. 피터 드러커의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다"는 말도 인용했는데, 결국 가장 비싼 실패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틀린 문제를 너무 열심히, 완벽하게 풀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뭔가 만들기 전에 고객을 관찰하고 인터뷰하고, 시안이 나와도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꼭 거친다고 한다. 고객을 만나는 시간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본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들이면 나중에 갈아엎을 코드를 미리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능을 많이 만드는 게 잘하는 게 아니라,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을 안 만드는 게 진짜 실력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내가 맞다고 그게 다 맞는 건 아니다

입사 초반에는 본인 제안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인정을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맞는 말 하는 나"에 좀 취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토스에는 자기 영역을 끝까지 책임지는 DRI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걸 핑계로 PO 제안에 바로바로 반박하는 식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디자이너로서는 신뢰하는데 같이 일하기는 너무 피곤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전달 방식이었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게 진짜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일단 같은 용어로 얘기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의도를 충분히 듣고, 제3의 대안을 찾고, 데이터로 설득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일은 결국 사람과 관련된 일이고,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함께 갈 수 없으면 거기서 멈추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영향력이 점점 커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3. 같이 일하기 좋은 개발자의 다섯 가지 특징

하드 스킬은 기본이고, 여기서 말하는 건 같이 일해보면서 느낀 소프트 스킬 위주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1) "왜?"를 묻는 사람. 기획서나 디자인 시안을 보고 의문이 들면 "이거 누구를 위해서, 왜 만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인데, 이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가 더 좋은 방향을 찾게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 한계를 미리 말해주는 사람. 마감 직전에 "사실 안 될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해서 팀이 계획을 같이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협업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 "이렇게 하면 되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람. 그냥 "안 됩니다"가 아니라 "이 방식이면 빠르게 갈 수 있고, 저 방식이면 확장성을 챙길 수 있어요"처럼 선택지를 주는 사람은 단순한 코더가 아니라 같이 의사결정을 하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4) 사용성도 같이 신경 쓰는 사람. 토스 UI/UX가 빠르게 좋아진 게 디자이너만의 공이 아니라고 한다. 가입 인증 대기 시간 동안 다음 단계를 미리 진행시켜서 84%가 로딩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카드 단말기 백오피스 처리로 온보딩 전환율을 높인 것도 다 개발자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했다.

5) 한 번 생긴 문제를 팀 전체로 퍼뜨리는 사람. 문제 하나 풀고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은 문제가 또 안 생기게 위키 정리하고 자동화하고 다른 사람한테도 공유하는 사람이 결국 팀 전체 실력을 올린다는 거였다.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리드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다 이런 특징이 있다고 한다.

 

마무리

전체적으로 기술이 좋다고 끝이 아니라, 일하는 태도가 결국 커리어를 만든다는 걸 다시 느낀 강연이었다. 특히 '준비되기를 기다리지 말 것', '만들기 전에 고객을 만날 것', '영향력을 넓혀가는 쪽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세 가지는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누구한테나 다 적용되는 이야기 같았다. 무섭고 걱정되는 감정 자체가 성장의 신호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고, 첫 직장에서부터 이런 태도를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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